사르트르적 윤리: 의무론이나 공리주의를 넘어선 실존주의적 윤리의 가능성

1. 윤리적 공백: 실존주의가 스스로의 도덕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

서양 철학의 지배적인 윤리적 틀인 의무론 (칸트가 대표하며, 의무와 보편적 규칙에 중점을 둠)과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춤)는 도덕적 행동에 대해 명확하고 규범적인 지침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장 폴 사르트르는 이 두 체계 모두 근본적으로 불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급진적인 실존주의자에게 있어, 미리 확립된 규칙이나 사전 계산된 결과는 인간의 근본적인 진실, 즉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것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만약 인간이 완전히 자유롭고 자신의 의미를 창조할 책임이 있다면, 외부적 권위(신, 자연, 이성, 혹은 행복 계산)에 기반한 도덕은 "자의식적 기만(Bad Faith)"—자신의 급진적인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의 형태가 됩니다.

이러한 비판은 사르트르를 실존주의 윤리를 명확히 하는 벅찬 과제로 이끌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고뇌(Anguish)유기(Abandonment)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도덕적 책임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윤리입니다. 이 글은 사르트르가 객관적인 도덕적 기준의 무서운 부재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부재 *때문에* 작동하는 실행 가능한 윤리적 틀을 어떻게 구축하고자 했는지 탐구합니다.


2. 규정된 규칙을 넘어: 진정한 도덕적 선택 구축하기

2.1. 인류 전체를 위한 선택이라는 **"고뇌"**

사르트르의 윤리 이론은 고뇌(*l'angoisse*)가 주는 압도적인 무게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를 인도할 신이나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 없기 때문에 (유기(Abandonment) 상태),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은 단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어떠해야 한다고 우리가 믿는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결혼을 선택할 때, 그는 암묵적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결혼의 가치를 긍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편화 가능성 개념은 칸트의 정언 명령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칸트가 이 명령을 이성에서 도출한 반면, 사르트르는 이를 우리의 자유가 가진 무서운 사실에서 도출합니다. 이 말은 고뇌가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적 행동의 *조건*이라는 의미입니다. 알려진 규칙을 따르기만 하는 의무론자와 달리, 실존주의자는 자신의 선택 행위를 통해 규칙을 *창조*해야 하며, 그 선택이 인류의 잠재적 본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2.2. 공리주의적 계산 거부: **"기획"**의 우위

사르트르는 공리주의를 격렬하게 거부했는데, 미래의 결과를 계산하려는 시도는 부질없고 부정직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공리주의 윤리는 우연성으로 정의되는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미래 결과에 대한 지식을 요구합니다. 더욱이,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윤리적 행위자가 선택 *행위* 자체에 내재된 책임을 부정하도록 부추깁니다. 사르트르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의 기획(*projet*)—미래 지향적인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 총체적 노력—입니다. 도덕적 가치는 (공리주의자가 주장하듯) 창출된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획의 진정성과 그 기획을 구상하는 데 행사된 급진적 자유에 있습니다. 만약 한 병사가 전쟁 중에 탈영을 선택한다면, 실존주의자는 그 행위의 유용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탈영한 사람'으로 정의하려는 그 개인의 선택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는 '군인'이라는 사회적 정의를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2.3. **"자유"**의 기준: 타인을 위한 자유 선택하기

만약 객관적인 규칙이 부정된다면, 실존주의 윤리를 위한 단 하나의, 타협 불가능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르트르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유일한 것은 자유 그 자체라고 단언합니다. 이것이 핵심적인 윤리적 역설입니다. 우리는 급진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자유를 선택해야 하며, 우리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타인을 위한 자유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는 사르트르가 식민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비판에서 보여주었듯이, 개인 윤리를 정치적 참여로 연결하는 지점입니다. 타인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부정하거나 억압하려는 모든 선택—대상화, 억압, 혹은 단순히 타인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행위(의무론자나 공리주의자가 비난받을 수 있는 것처럼)—는 "자의식적 기만"으로 정의되며, 따라서 부도덕합니다. 진정한 도덕적 선택은 자신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를 동시에 긍정하는 선택이며, 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혹에 맞선 지속적이고 어려운 투쟁을 요구합니다.


3. 법 없는 윤리의 약속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윤리는 쉬운 답을 찾기 위한 체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총체적 책임이라는 엄청난 압력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창조하라는 가혹한 요청입니다. 의무가 주는 안락함(의무론)과 계산된 결과의 환상(공리주의)을 넘어섬으로써, 사르트르는 진정성, 책임, 그리고 보편적 자유의 긍정으로 정의되는 도덕을 확립했습니다. 이는 절대적 가치가 없는 세계를 위한 윤리이며, 우리가 스스로의 도덕적 우주의 입법자이자 주체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비록 그 까다로운 성격과 단순한 지침의 부재로 인해 종종 비판받지만, 사르트르의 틀은 심오한 도전을 제시합니다. 도덕적으로 산다는 것은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용기 있게, 그리고 인류의 미래 전체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 선택하는 것입니다.